대학교수 아버지 덕에 4살부터 미국생활을 시작해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시절을 미국에서 보냈다. 한국에서는 소위 명문사립대 경영학과를 입학했으며 군대는 카투사를 다녀왔다. 영어는 우리말 만큼 능숙한 소위 엄친아다. 그가 `학교에서 뭘 배워`라는 노래를 한다.
"교실이데아를 모르는 세대를 위해"
우리 교육현실에 대한 대중음악은 1995년 서태지와 아이들 3집 `교실이데아` 이후 딱히 기억에 남는 곡이 없다.
일리닛(본명 최재현)은 "우리 청소년들 중에 `교실이데아`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에게도 `교실이데아` 같은 노래가
필요할꺼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우리 교육현실에 대한 일리닛의 시선은 그가 부른 노래만큼이나 우리의 폐부를 깊숙이 찌르고 들어온다. "중학교는
고등학교를 가기 위해서 고등학교는 대학교를 가기위해서 대학은 좋은 회사를 가기 위해 존재한다. 벼락치기도 커닝도, 짜깁기하는
방식도 똑같다. 무엇을 위해서인가. 결국 돈인가? 대체 우리는 학교에서 뭘 배우는가."
자못 선동적인 일리닛의 목소리가 원하는 바는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노래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는 현실을 그 역시 누구보다도 잘 안다.
"내 노래가 혁명을 일으키고 정치적인 이슈가 되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걸 안다. 난 내 역할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나는 전국의 모든 콘크리트 교실안에서 매일 같이 살아 숨 쉬는 그들 한명 한명의 인생에 백그라운드음악, OST가 되고 싶은 것 뿐이다."
"나는 다중인격이여야 했다."
일리닛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하지만 그의 배경과 성장과정을 미리 알고 있다면 고개를 갸우뚱 할 수도 있다. 보수적이고 엄한 아버지 밑에서 바르고 건강하게 자란 소년이 우리사회의 현실문제에, 특히 교육문제를 거칠게 표현하게 된 이유가, 아니 그것이 가능할 수 있는 배경이 궁금해졌다.
"그건 일리닛이기 때문이다."
일리닛은 최재현과, 제이(JAY), 일리닛이라는 자신의 세가지 다른 자아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최재현은 예의
바르고 학교도 열심히 다니고, 어머니 아버지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친구다. 부모님에 대한 사랑만큼 그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하고 또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 친구가 미국생활을 통해 제이가 됐다."
제이는 미국에서 보낸 10대 시절 일리닛의 영어 이름이
다. "미국 아이 제이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적응이 빨랐고, 유쾌한 친구였다. 또래 친구들과 신나게 노는 걸 좋아하고 쿨한 척,
멋진척, 폼내는 걸 좋아했다. 전형적인 미국아이 였다. 어쩌면 미국에서 적응해 살아가기 위해 재현이가 만든 자아일 수도 있지만 그
자체로도 의미 있는 자아였다."
이제 일리닛이 탄생할 차례다. "최재현과 제이가 음악을 하기 시작하며 일리닛이 됐다. 나는 다중인격이어야만 했다." 일리닛은 음악으로 통합된 새로운 자아였다.
음악을 포기할 수 없었기에 스스로 자아를 분리하고 다중인격으로 살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하는 일리닛에게 음악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었다.
"일리닛에게 음악은 삶과 세상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도구다. 일리닛은 앞으로도 나 자신 그대로, 내가 사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음악을 할 수 밖에 없다. 월세방을 사는데 있는 척을 하지도 않을 것이고 어떤 대상에 대한 감정이 사랑이던, 증오던, 분노던 포장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내가 나임을, 일리닛이 일리닛임을 음악을 통해 계속 증명해 나갈거다."
물론 일리닛이 말하는 다중인격은 특정한 정신질환이 아니다. 하지만 분명 일리닛 자신에게는 일종의 치유의 도구라는 느낌은 강하게 든다. 그 과정에서 사용되는 도구로, 또 그 결과물로 탄생한 일리닛의 음악은 또 누군가에게 같은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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